
사람이 몰렸는데 매출은 남지 않는 지역이 있다.
축제는 성황리에 끝났는데 다음 주 평일 골목은 다시 조용하다.
간판을 바꾸고, 보도블록을 정비하고, 홍보 영상을 만들었는데도 손님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이상한 일이 아니다. 상권은 가게의 집합이 아니라, 고객의 발걸음과 소비 흐름이 연결되는 생태계이기 때문이다.
김용한 박사의 신간 『로컬과 AI의 시대, 상권기획자가 온다!』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지역상권은 시설이나 행사만으로 살아나지 않고, 고객의 하루를 설계해야 움직인다는 문제의식이다.
지금 필요한 사람은 단순한 행사기획자가 아니다.
로컬자원, AI, 디지털, 관광, 농업, 창업, 상인조직을 하나의 소비 생태계로 엮는 상권기획자다.
1. 모두의 지역상권시대, 왜 상권기획자가 필요한가?
이제 지역상권의 경쟁자는 옆 가게만이 아니다.
온라인 장보기, 대형 유통, 프랜차이즈, SNS에서 뜨는 다른 도시의 골목, 지도앱 추천 맛집까지 모두 경쟁자다. 고객은 골목에 도착해서 가게를 고르지 않는다. 검색하고, 리뷰를 보고, 지도앱으로 동선을 확인하고, 숏폼 영상으로 분위기를 미리 경험한 뒤 움직인다.
그래서 AI 시대의 지역상권은 “좋은 가게가 있으니 와달라”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고객이 발견하기 쉽고, 걷기 편하고, 머물 이유가 있고, 다시 올 기억이 있어야 한다. 이 흐름을 설계하는 사람이 상권기획자다.
상권기획자는 점포 하나를 고치는 사람이 아니다.
시장 입구에서 안쪽 골목까지 고객 동선을 읽고, 어느 지점에서 발걸음이 끊기는지 찾고, 주민의 생활 소비와 외부 방문객의 관광 소비가 어디서 만날 수 있는지 설계한다. 빈 점포를 보면 단순히 임차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어떤 업종이 들어와야 주변 점포까지 살아나는지 판단한다.
2. 상권기획자는 ‘행사’가 아니라 ‘소비 흐름’을 만든다
지역 현장에서 가장 안타까운 장면은 행사가 끝난 뒤다.
행사 당일에는 사람이 많다. 사진도 잘 나온다. 보고서에는 성과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작 상인들은 말한다. “사람은 많았는데 매출은 별로였다.”
이 말은 불평이 아니다. 설계 실패를 알려주는 신호다.
사람을 부르는 일과 소비를 남기는 일은 다르다. 행사장 안에서 먹고, 보고, 체험하고, 바로 떠나는 구조라면 지역상권은 배경이 될 뿐이다. 상권기획자는 행사 방문객이 어디서 식사하고, 어디서 쉬고, 무엇을 사고, 어떤 기억을 가지고 다시 오게 할지까지 설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역 농산물 축제를 한다면 농산물 판매 부스만으로 끝나면 약하다.
주변 식당은 그 농산물로 만든 한정 메뉴를 내고, 시장 점포는 소포장 상품을 준비하고, 청년 로컬브랜드는 선물세트를 만들고, 카페는 축제 후 쉬어가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이때 고객은 “축제에 갔다”가 아니라 “그 지역에서 하루를 보냈다”고 느낀다. 이것이 체류경제이고, 지역상권 활성화의 핵심이다.

3. 로컬과 AI의 시대, 상권기획자의 4가지 역할
첫째, 데이터를 읽는 사람이다.
AI와 빅데이터는 상권의 흐름을 보여준다. 검색량, 리뷰, 지도 노출, 시간대별 유동, 업종별 매출, 관광 데이터는 고객이 어디서 관심을 갖고 어디서 이탈하는지 알려준다. 하지만 숫자만으로는 부족하다. 비 오는 날 시장 안쪽이 왜 비는지, 관광객이 사진만 찍고 왜 구매하지 않는지는 현장에서 걸어봐야 보인다. 상권기획자는 데이터와 현장 감각을 함께 써야 한다.
둘째, 로컬자원을 소비 이유로 바꾸는 사람이다.
지역 농산물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다. 생산자의 얼굴, 계절의 맛, 지역의 이야기를 담으면 콘텐츠가 된다. 오래된 장터 음식도 낡은 메뉴가 아니라 그 지역을 입으로 기억하게 하는 경험이 된다. 공방, 골목, 시장, 카페, 숙소, 축제가 따로 있으면 점에 머물지만, 동선과 이야기로 묶이면 체류권이 된다.
셋째,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사람이다.
상인은 당장 매출을 원한다. 임대인은 공실과 임대료를 고민한다. 주민은 불편을 말한다. 창업자는 새로운 시도를 원한다. 행정은 예산과 성과를 관리해야 한다. 이들이 각자 움직이면 상권은 조각난다. 상권기획자는 행정의 언어와 상인의 현실, 창업자의 감각과 고객의 선택을 연결하는 번역자다.
넷째, 사업 이후에도 남는 구조를 만드는 사람이다.
진짜 상권활성화는 지원사업이 끝난 뒤 시작된다. 누가 운영할 것인가, 고객은 왜 다시 올 것인가, 점포별 매출은 어떻게 상권 단위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예산은 지나가고 골목은 다시 조용해진다. 상권기획자는 단기 성과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운영 구조를 남기는 사람이다.
4. 상권기획자는 지역의 미래 직업이다
모두의 지역상권시대는 말 그대로 모두가 지역상권의 주체가 되는 시대다.
상인만의 문제가 아니고, 행정만의 과제도 아니다. 주민, 로컬창업자, 관광 주체, 농가, 문화기획자, 디지털 전문가, 투자자까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중요한 것은 더 많은 지원이 아니라 더 정확한 연결이다. 점포를 살리고, 골목을 잇고, 지역자원을 콘텐츠로 만들고, 고객의 체류시간을 늘리고, 재방문을 설계하는 일. 그 중심에 상권기획자가 있다.
앞으로 뜨는 지역은 우연히 뜨지 않는다. 누군가 고객의 하루를 읽고, 소비 흐름을 짜고, 지역다움을 방문 이유로 바꾼다. 『로컬과 AI의 시대, 상권기획자가 온다!』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지역의 미래는 더 큰 건물이나 더 화려한 행사에 있지 않다. 사람을 머물게 하고, 관계를 만들고, 소비가 순환하는 구조를 설계하는 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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