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상권기획자 원데이 세미나, 왜 지금 ‘상권기획자’가 지역의 미래를 바꾸는가?
“가게만 좋다고 상권이 살아나는 시대는 끝났다.”
이 말은 자극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지금의 로컬 시장과 골목상권, 전통시장 현실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표현이다.
4월 7일 대전 테크노파크 디스테이션에서 열린 초기투자엑셀러레이터협회 ‘상권기획자 원데이 세미나’에서 ‘상권기획자 개념 및 발전과정’을 주제로 강의를 진행하며,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됐다.
이제 지역상권 활성화의 핵심은 개별 점포 지원이 아니라, 상권 전체를 하나의 살아 있는 생태계로 보고 설계하는 일에 있다.
이번 강의에서도 이 흐름을 중심으로 상권기획자의 개념, 국내 상권 활성화 정책의 변화, 그리고 디지털·AI 시대의 상권 전략을 깊이 있게 다뤘다.
이번 세미나의 큰 화두는 분명했다.
로컬 투자, 상권기획, 지역상권 활성화는 더 이상 따로 움직이는 개념이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에는 시장 현대화, 시설 개선, 환경 정비 같은 하드웨어 중심의 지원이 주류였다. 실제 강의 자료에서도 초기 상권 지원정책은 전통시장과 개별 시장 단위의 물리적 지원에 집중했고, 이후 상권활성화구역, 자율상권구역, 지역상생구역 등으로 제도가 확장되어 왔다는 흐름을 설명했다. 이는 점 단위 지원에서 면 단위 지원으로, 다시 민간 협력과 자율 운영 중심으로 이동해온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등장한 개념이 바로 상권기획자다.
상권기획자는 단순한 상권분석가가 아니다. 지역의 유동인구와 소비패턴을 읽고, 업종 분포와 공간 구조를 진단하며, 상권의 비전과 타깃 고객을 설정하고, 콘텐츠와 공간, 운영 체계를 연결하는 사람이다.
다시 말해 상권을 “보는 사람”이 아니라 “살리는 사람”이다. 강의에서는 상권기획자의 핵심 역할을 진단, 전략, 실행, 조정의 4단계로 정리했다. 데이터 기반으로 상권의 구조적 문제를 찾고, 지역다움을 반영한 상권 비전을 수립하며, 공간과 콘텐츠를 실제 프로젝트로 구현하고, 마지막으로 상인·주민·건물주·지자체·민간기업 등 다양한 주체를 연결하는 브리지 역할까지 수행하는 것이다.
이 지점이 매우 중요하다.
많은 사람이 상권 활성화를 이야기할 때 여전히 “어떤 점포를 더 넣을까”, “어떤 축제를 열까”, “홍보를 어떻게 할까”에 머문다. 물론 이런 접근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로컬브랜딩이 어렵다. 왜냐하면 오늘의 상권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가 아니라, 체류하고 경험하고 공유하는 장소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상권기획은 임대, 소비, 이동, 체류, 콘텐츠, 브랜드, 디지털 접점까지 함께 설계해야 성과가 난다. 그래서 상권기획자는 지역상권의 기획자이자 운영 설계자이며, 때로는 갈등 조정자이고, 때로는 로컬 투자와 지역 브랜딩을 연결하는 촉진자 역할도 해야 한다.

국내 상권 활성화 정책의 발전과정을 돌아보면, 왜 이런 역할이 필요해졌는지 더 선명해진다.
2000년대 초반에는 시설 현대화와 환경 개선이 주요 과제였다. 2010년대에는 전통시장과 상점가를 묶어 면 단위로 접근하는 상권활성화구역 개념이 강화됐다. 그리고 2022년 이후에는 지역상권법 시행과 함께 자율상권구역, 지역상생구역이 등장하며 민간 협력과 자율적 상권 운영의 중요성이 커졌다.
즉, 정부가 전부를 끌고 가는 구조에서 벗어나 상인, 주민, 민간 주체가 함께 지역상권의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 단계로 진입한 것이다. 이 변화는 단순한 정책 변화가 아니라, 상권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다.
특히 디지털과 AI 시대에는 상권기획자의 역할이 더 커진다.
이제 상권 분석은 감이 아니라 데이터로 해야 한다. 유동인구, 업종 구성, 소비 패턴, 공실률, 방문객 특성 같은 데이터를 읽지 못하면 상권의 현재도 미래도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데이터만으로 상권이 살아나지는 않는다. 숫자 위에 지역의 이야기와 로컬 콘텐츠를 얹어야 한다. 다시 말해 데이터 기반 상권분석과 감성 기반 로컬브랜딩이 함께 가야 한다. 이것이 앞으로의 상권기획자가 반드시 갖춰야 할 역량이다.
이번 강의를 진행하며 인상 깊었던 점은, 현장에 있는 많은 분들이 이제 정말로 “상권기획이 필요한 시대”를 체감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로컬 창업자도, 소상공인도, 지자체도 예전 방식만으로는 답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람을 불러모으는 힘은 시설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머물고 싶은 이유, 다시 찾고 싶은 명분, 지역만의 색깔이 있어야 한다. 결국 상권의 경쟁력은 입지가 아니라 기획력, 규모가 아니라 스토리, 지원금이 아니라 지속 운영 구조에서 나온다.
상권기획자는 그래서 유행을 좇는 직업이 아니라, 지역의 생존전략을 설계하는 실천형 전문가다.
앞으로의 지역상권 활성화는 좋은 점포 몇 개를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지역 전체의 경험을 설계하고, 로컬 투자와 창업을 연결하고, 상권의 자생력을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번 초기투자엑셀러레이터협회 세미나는 그 변화를 확인하는 자리였고, 동시에 앞으로 더 많은 지역에서 상권기획자 역할이 확산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다시 보여준 현장이었다.
지역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
그리고 지역상권이 살아야 로컬의 미래도 열린다. 이제는 상권을 관리하는 시대가 아니라, 상권을 기획하는 시대다. 그 변화의 중심에서 더 많은 현장과 함께 해답을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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